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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book > 에세이/산문
[에세이/산문] 사무라이의 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김용수 | 청어 | 2010-06-15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13-02-18)



제작형태 : epub
대출현황 : 대출:0, 예약:0, 보유수량:1
지원기기 :
듣기기능(TTS)지원(모바일에서만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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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996년 4월, 일본 유학생이던 필자(김용수 씨)는 도쿄 시부야 복잡한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아가씨를 보고 고압 전류에 감전된 듯 첫눈에 사랑을 느끼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의 주소를 받아낸 그는, 그 날 이후 그녀에게 3개월에 걸쳐 사랑의 편지(지금의 원고)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보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받아들이던 그녀도 점차 그의 진실함과 열정에 감동하게 되고, 점차 사랑에 빠져든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은 이내 여러 가지 어려운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그때 필자는 28살의 평범한 유학생이었지만, 그녀는 이제 겨우 19살이었고 그녀의 집안은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재벌이자, 일본의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무라이의 혼을 가풍으로 지닌 집안이었다. 따라서 한국인을 보는 시선에는 선입견과 편견을 동반한 민족 감정까지 곁들여 있었다. 또한 그의 집에서도 `한국인으로서 일본인 며느리를 얻는다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 고 반대했다. 하지만 그러한 앙쪽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랑을 갈라놓을 수는 없었다.



    필자는 사랑을 이루기 위한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도 그녀를 향해 매일 편지를 썼다. 한 통 한 통이 마치 자신의 뜨거운 심장의 피로 찍어 쓴 듯한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그는 그녀 집안의 집요한 방해를 받으면 받을수록 더 적극적이 되어 자신의 목숨까지도 걸었던 것이다. 그 당시 그의 생의 목적은 그녀와의 사랑을 이루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필요치 않았다.



    결국 그는 그녀의 부모들로부터 집에 초대를 받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그를 받아들이려는 것이 아니라, 집안의 가까운 친척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 그를 초대해 위압감을 주어 필자로 하여금 그녀를 단념하게 만들기 위한 자리였다. 그는 어쩌면 그 자리가 그녀와의 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줄 백금 반지를 맞추어 간다. 하지만 숨소리조차 크게 들리지 않는 격식을 갖춘 무거운 식사 분위기에 눌려 자신의 온 마음을 담은 반지를 끼워줄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틈을 봐 옆자리에 앉은 그녀의 `미소시루(된장국)` 그릇에 반지를 집어넣었다. 어쩌면 그 반지가 그녀에게 영원히 전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러나 무심코 국물을 마시던 그녀가 손바닥에 뱉어낸 것은, 그가 넣은 빛나는 백금 반지. 친척들의 차가운 시선이 일시에 그에게 쏠렸다. 그녀는 그 반지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깨닫고 식탁에 엎드려 울고 만다. 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다,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감추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부모와 친척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돌아선다.



    그는 자신만의 보금자리 원룸에 돌아와 술로 며칠 밤낮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그를 찾아온다. 품에 안긴 그녀가 전하는 한 마디, `아빠가 시간 있으면 낚시를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물어보래.` 그 말 한마디는 두 사람의 교재를 정식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 두 사람은 양가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한다. 그녀를 처음 만나 편지를 보낸 지 3개월 만이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사랑의 편지들을 접해왔다. 유명한 예술가들이 연인에게 보낸 편지에서부터 본인이 직접 받은 편지까지... 하지만 [사무라이의 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열정적이고 감동적이고 때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을 저미게 하는 편지는 없었다. 이 삭막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사랑의 편지 묶음은 한 모금 샘물과도 같은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