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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산문] 게으를 수 있는 용기
조양희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03-23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13-02-18)



제작형태 : epub
대출현황 : 대출:0, 예약:0, 보유수량:1
지원기기 :
듣기기능(TTS)지원(모바일에서만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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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여성들이 쫓기며 살고 있다. 여성들 중에서도 특히 주부들에겐,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고 아무리 해도 크게 표시나지 않는, 집안의 틈바구니에 낀 자질구레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성을 쏟아야 하는 가족들의 주문과 크고 작은 기념 행사 그리고 소소한 안팎의 심부름이 주부가 쉴 수 없도록 서로 얽혀 있다. 그런데도 하루 해는 금방 넘어간다. 일에 옥죄어 매시간 쫓겨 산다.



    빠르게, 정해진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거뜬히 해치울 수는 없을까 이리저리 궁리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사는 여자를 수퍼 우먼이라고들 말한다. 그 말은 얼핏 들으면 칭찬 같지만 사실은 짐 하나를 덤으로 올려 받는 무거운 부담이다.



    빈둥빈둥 놀지 않고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보기에도 능력 있고, 허투루 시간 낭비하지 않고 알뜰히 사용한다고 자만심에 차 있다. 멍하니 정신을 놓고 시간을 보내면 무슨 질병을 앓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넌 왜 이래, 남들은 잘만 하는데, 도대체 넌 무슨 일이야, 하며 야유를 보내는 듯 싶다.



    저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습관적으로 들르는 수퍼나 마트에 가서 야금야금 무언가를 사와야만 알 수 없는 불안이 풀리는데 사서 보면 아, 참 이건 어제 샀지 하는 거였다. 어느 날 수퍼의 거울 속에 비친 지치고 찌들어 보이는 듯한 저자 스스로의 모습을 보는 순간, 불쑥 한 생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번쯤 고정된 틀에서 거꾸로 돌려볼 생각을 가져야 해!'

    바쁨과 편리함이라는 이중의 철조망 안에 갇힌 자신을 탈출시키라는 다그침이 거울에 비쳐지고 있었다. 그것은 게으른 일꾼으로 가는 혁명이요 반란이었다.



    한번쯤 전화를 기다리지도 말고, 텔레비전을 꼭 봐야 한다는 생각도 버리고, 이불을 햇볕에 널어야 한다는 생각도 벗어 버리자. 비가 오면 비를 바라보고 눈이 오면 더더욱 좋고...... 그러니까 고질화된 고정관념으로부터 슬슬 긴장을 풀어내자는 것이다.



    멍청하게 하늘 보고 청승 떨고 있다 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과의 반가운 만남도 있을 테고, 의외의 상황이 일상을 화목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 낮은 시선으로 단순한 행복감에 젖어 본다는 건 또 하나의 새로움이며, 충분히 할 수 있는 평범한 도전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게으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 조양희



    가톨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대한항공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다가 9년 만에 그만두고 1979년 조선호텔의 Assitant Duty Manager로 일했다. 1988년 여성동아 장편소설에 당선돼 문단에 데뷔.



    작품집으로는 『겨울 외출』『이브의 섬』『하늘빛 유혹』『훈풍』『오진』『연인의 조건』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도시락 편지 1,2』『행복쪽기』『부엌데기 사랑』『희망으로 싼 조각보』『나의 집으로 오세요』『조양희가 참 잘하는 요리』등이 있다.

  • 1. 게을수 있는 용기

    2. 거꾸로 돌려 본 생각

    3. 미지근한 날, 행복한 날

    4.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