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머큐리
서하 | 작가나라 | 0000-00-00 | 공급 : (주)북토피아 (2005-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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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찰나에 나타나 순간을 영위하고 떠남으로써 불멸의 전설이 된다. 짧고 굵게 살았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빛이 된 주인공 민수를 통해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을 사랑과 의리로 지켜나가는 그들만의 방식을 그리고자 한다. 해가 진 바로 뒤와 해가 뜨기 바로 전에 잠시 볼 수 있는 머큐리(수성)는 혹성 가운데서 가장 작고 태양에 가장 가까이 있는 별이다.
상류층 출신인 민수는 조폭의 보스가 되지 않았다면 천문학자가 되어 일생 별을 그리며 살았을 낭만파이며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순정을, 부하들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버려도 아깝지 않을 의리의 사나이다. 반면 철선은 고아 출신의 전직 중국집 주방장으로 폐쇄된 고아원의 원생들을 받아들여 공동체 생활을 하며 건전하고 평범한 삶을 살게끔 계도해 주는 것이 삶의 목표다.
살인죄로 복역 중이던 중 자신과 비슷한 인성을 지닌 민수를 만나 비기를 전수, 후계자로 삼고 특사로 석방되는 날 일재의 손에 죽는 순간까지도 아가페적인 사랑을 베푼 철선과 조직을 와해시키고 철선까지 죽게 만든 일재를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아낌없이 바친 민수. 이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어떤 식으로든 남을 먼저 배려하지만 앞서 가는 자의 외로움을 숙명으로 삼아 결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스스로 선택한 자들이다.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태양이라는 양지를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도 미약한 존재, 허나 이들은 어둠의 세계를 사는 자들에게는 희망이며 빛이다. 또한 타고난 악인은 없듯이 제아무리 악한 이들일지라도 그들 나름대로는 모두 이유 있는 사연들이 있다.
작품을 구성하는 악의 축인 일재가 바로 그렇다. 민수에게 조폭의 보스가 될 계기를 만들어준 수성파의 2인자인 봉팔이, 민수와 철선을 아버지처럼 여겨 충성을 다했다면 봉팔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민수의 왼팔, 일재는 과거 친구였던 봉팔을 서울 앵벌이 조직에 팔아 넘긴 깡패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철선을 위해 칼을 휘둘렀지만 자신을 대신하여 철선이 복역함으로써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왕따를 당해온 상처의 표상이다. 그는 나름대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의 노력은 민수나 철선이 원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것이 늘 문제가 된다. 폭력을 업으로 사는 이들은 그 폭력에 기생하는 이권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 쉬우나 그 이면의 내성은 보통 사람처럼 나약하고 외로울 수밖에 없어 무리 지어 사는 삶이 익숙하기에 누구나 한번쯤은 정상적인 궤도를 위해 일탈(그들만의 세계에서는 배신일지라도)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해가 진 바로 뒤와 해가 뜨기 바로 전 아주 짧은 생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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